문회리 교수 공동연구팀, 온도로 기체 방출 온도까지 조절하는 다공성 소재 개발
문회리 교수
화학·나노과학과
MOF 기공 입구 분자 사슬, 밸브처럼 여닫아 기체 방출 제어
국제 저명 학술지 <Angewandte Chemie > 게재
온도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분자 밸브(kinetic valve)’를 다공성 물질에 구현해, 기체를 가둔 온도에 따라 방출 온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다.
화학·나노과학전공 문회리 교수 연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오현철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지한 교수팀과 공동으로, 금속 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의 기공 입구에 달린 유연한 분자 사슬이 온도에 따라 열리고 닫히며 분자 밸브처럼 작동하는 다공성 물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체를 가둔 온도가 이후 방출되는 온도를 그대로 결정하는 새로운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IF=17.6)에 최근 게재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금속-유기 골격체(MOF)와 같은 다공성 물질은 기체를 흡착·저장·분리하는 핵심 소재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기체가 어느 온도에서 방출되는지가 주로 흡착점의 결합 세기와 가열 조건에 의해 정해져, 방출 온도 자체를 설계·조절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얼마나 담느냐(흡착)’에 비해 ‘언제 내보내느냐(방출)’를 제어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공동연구팀은 전체 골격 구조와 넓은 내부 공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공 입구에만 유연한 알콕시(펜톡시, 탄소 5개) 곁사슬을 도입한 물질(C₅-IRMOF)을 설계했다. 이 곁사슬은 저온에서는 입구를 막아 기체를 가두고, 온도가 오르면 사슬이 움직이며 입구를 열어 기체를 한꺼번에 방출한다. 탄소가 하나 적은 부톡시(C₄) 물질이 평범한 저온 방출을 보인 것과 달리, 탄소 하나의 차이만으로 기체의 출입 특성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기체를 가둔 온도(53~100K)를 높아질수록 이후 기체가 방출되는 온도가 거의 1:1로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다. 즉 가둔 온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방출 온도를 연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렇듯 온도로 여닫는 ‘분자 밸브’ 개념을 정립하면서,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온도에 따라 기공 입구 크기가 변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나아가 이 강한 국소 구속 효과는 강한 결합자리 없이도 100K까지 수소 동위원소(중수소 D₂·수소 H₂)를 분리하는 성능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소재가 77K 이상에서 분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과 달리, 개발 소재는 100K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도 의미 있는 분리 선택도와 흡착량을 유지해 관련 소재 가운데 최고 수준의 고온 작동 성능을 보였다. 중수소 등 수소 동위원소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원자력·핵융합, 의약품 등에 활용되지만, 현재는 약 24K의 극저온 증류라는 고비용 공정에 의존해 왔다.
기공 입구에 달린 유연한 분자 사슬이 온도에 따라 열리고 닫히며 ‘분자 밸브(kinetic valve)’처럼 작동하는 다공성 물질의 개념도
이번 성과는 강한 결합자리 없이도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동위원소를 분리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온도로 기체 방출 시점을 조절하는 개념은 기체 저장·분리, 센서, 촉매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회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공성 물질에서 ‘무엇을 얼마나 담느냐’를 넘어 ‘언제 내보내느냐’까지 온도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인 것으로, 수소 동위원소 분리를 비롯한 다양한 기체 응용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의 국가연구소(NRL2.0) 사업, ∆브레인링크 프로그램(BrainLink Program)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논문은 「A Locally Flexible Kinetic Valve for Temperature-Programmed Guest Release and Hydrogen Isotope Separation in Metal–Organic Frameworks」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