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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LG 브랜드 수석전문위원 박설희 동문(산업디자인·04년졸)

  • 등록일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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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DNA는 학술,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 빛나는 이화의 동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혁신적인 광고는 물론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구겐하임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LG 브랜드 파워를 세계로 알리고 있는 LG 그룹의 브랜드 수석전문위원 박설희 동문님(산업디자인·04년졸)을 만나 보았습니다. "예전엔 몰랐던 세상을 열어주는 인생의 모든 기회를 즐긴다"는 박설희 동문님의 생생한 브랜드 매니지먼트 커리어 이야기 함께 만나 보시죠!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산업디자인(미술사 복수전공)을 졸업하고 현재 (주)LG에서 브랜드담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설희입니다. 뉴욕 소더비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석사과정 겸임교수와 한국광고학회 이사직을 겸하고 있습니다.


Q. 브랜드 수석전문위원은 어떤 업무를 진행하나요?

LG 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회사들, 상품·서비스들이 참 많지요? 그 중에서도 제가 총괄하는 조직은 LG라는 마스터 브랜드 그 자체에 대한 일을 합니다. 업무에는 크게 두 축이 있는데, 하나는 LG 라는 상표가 세계 곳곳에서 정확하게 사용되고 잘 보호되도록 관리하는 일입니다. 다른 한 축은 브랜드 활동을 통한 가치제고입니다. 매 해 꾸준히 브랜드의 광고·컨텐츠 및 스폰서십을 포함한 대내외 브랜드활동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것, 그리고 보다 긴 호흡으로 LG브랜드의 미래 방향을 세우는 전략 업무를 포괄합니다.


Q. 어떤 커리어를 거쳐 LG 브랜드 수석전문위원이 되셨나요? 브랜드 매니징 업무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에서 커리어의 대부분을 보내고 2020년 귀국하며 LG그룹에 조인했습니다.

브랜드매니징 커리어는 글로벌 브랜드 전략 및 디자인 컨설팅사인 Landor Associates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누구나 알아보는 수많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개발한 곳입니다.  현재 LG 그룹의 얼굴 모양 심볼을 최초 개발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전략부터 네이밍, 디자인, 공간, 소비자 조사, 경험을 아우르는 다양한 컨설팅 영역을 아우르며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클라이언트로 확보하고 있는 회사에서 초기 커리어를 보낸 것은 저의 빠른 성장과 시야의 확대에 너무나 도움이 되었어요.

서울 오피스에 근무하던 첫 해에 샌프란시스코 본사의 오퍼를 받아 본사에서 매니저 급으로 성장하며 사회 초년병 기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학부 졸업한 지 갓 2년차로 이제 막 미국 땅을 밟은 저에게 가장 큰 클라이언트를 맡겼는데, 바로 Microsoft 였습니다. 이를 비롯해 Chevron 등의 글로벌 클라이언트를 맡아, 제가 매니징한 브랜딩 프로젝트가 세계 구석구석의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전달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통 큰' 경험들 덕분에 Landor 사를 떠난 이후에도 제가 직접 Intel, Swire Group처럼 규모 있는 기업들과 계약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브랜드 매니징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계획하고 준비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나는 맥킨지에 가서 컨설턴트가 될래!” 이렇게 아주 구체적인 꿈을 가진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어떤 직업이나 직장에 대한 목표는 사실 없었어요.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산업 디자인'이라는 것이 형태적인 면만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트렌드, 그리고 트렌드에 대한 관찰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요.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심미안과 비즈니스, 그리고 트렌드가 만나는 곳에서 무언가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느낌은 있었던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로 Landor 사에 입사했는데, 브랜딩이라는 영역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거예요! 물론 회사 일 자체가 가장 큰 공부였지만, 스스로 이론서를 파고들며 업무에 접목하는 노력도 병행했습니다.

Landor 사에서 몇 년의 경력을 쌓던 어느 날에는, 디자인과 인접 영역인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디자인산업과 교류가 크지는 않은 미술 시장이 궁금해 지더군요. 잊고 있던 공부 욕심이 다시 불끈 솟아나 뉴욕의 소더비 인스티튜트 Sotheby’s Institute 에 찾아가 견문을 넓혔습니다. 학부와 대학원, 그리고 일을 통해 기호와 형상과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자세히 ‘뜯어보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그 현상들 기저에 관통하는 ‘개념'에 대해 고민해 온 그 모든 시간들이 브랜드 매니징이라는 업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브랜드디자인이든 순수예술이든, 의도성을 가진 시각 표현물을 창조하는 건 그에 앞서 우선 눈을 쓸 줄 아는 것에서 시작이 되니까요.

이렇게 인생의 전환 단계 마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에 솔직하게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연관된 활동과 경력들이 하나씩, 한 스텝 씩 연결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몇 살이 되면 이걸 해야 한다' 와 같은 인생설계를 그다지 추천하진 않아요. 왜냐하면, 너무 이른 나이에 목표를 결정 해버리면 그 나이에서 아는 세상의 크기 만큼만 설계를 해버리게 되거든요. 훨씬 멀리 갈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 순간에 충실하고, 그러다 보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있고, 그랬더니 조금 더 멀리 보이고, 보인 만큼 그쪽으로 또 한 걸음 옮겨 보고. 그렇게 한발씩 나아가면 뭔가 인생에 발견의 재미가 있달까요. 제가 미국에서 십여 년 넘게 브랜드 매니징과 아트/문화를 넘나들며 일하게 될 줄도 몰랐고,  또 귀국해서 LG 그룹의 브랜드 일을 맡게 될 줄도 몰랐지만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네요. 지금도, 플래닝 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충실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웃음)  


Q. LG의 신문광고 '인공지능이 그린 봄'은 올해의 광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고, '미래쏭'에 이어 공개된 '시도쏭'은 단기간에 1,000만 뷰를 넘기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원동력은 '창의성'입니다. 상상할 수 없으면, 실행 방법을 찾을 수도 없어요. 아이디어는 회의 중에 나오기도 하도, 퇴근하고 와인 한 잔하다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 멤버들과 함께 우리가 당면한 주제들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업무적인 일상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LG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업무 시간 중에만’ 하는 것으로 한정 짓지 않고, 제가 깨어 있는 모든 시간 동안 이 주제에 관해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을 가동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입니다. 브랜드에 적합성이 높은 아이디어일수록, 발굴해서 실행해 놓고 나면 사람들에게 '새로우면서도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당연’하려면 우리 브랜드의 퍼스낼리티에 기반해 있어야 하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변주를 만드는 데는 창의성이 큰 역할을 합니다. 상상하는 능력도 근육이어서, 자꾸 연습하지 않으면 꼭 필요할 때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릴 수도 있어요. (웃음)

LG는 다 같이 누릴 수 있는 더 좋은 삶과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전문가들이 뜻과 능력을 모아 함께 미래가치를 만드는 집단이에요. 이 정체성을 진솔하게, 그리고 신나게 노래로 읊다 보니 LG 그룹 구성원들이 모여 만든 '미래쏭'과 '시도쏭'이 나왔고, 인간과 대결하기보다 인간과 공존협력하는 LG의 AI에 뜻을 같이 하다 보니 ‘인공지능이 그린 봄’ 광고가 나왔습니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창의성을 내다보는 브랜드 활동을 기획함에 있어서도, LG 혼자 하기 보다는 창의성과 예술 영역의 세계적인 전문가 집단인 구겐하임 미술관과 협력하는 '우리 다운' 방법을 택했어요.

LG의 초거대 AI가 ‘새싹이 움트는 봄’(Newly Sprouting Spring Scenery) (출처 : LG AI 연구원)


Q. 말씀하신 구겐하임 미술관과의 Art & Technology 파트너십에 대해 조금 더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브랜드의 이미지에 미칠 어떤 영향을 기대하시나요?

LG구겐하임파트너십 은 실험과 교류, 지원에 중점을 두는, 상당히 다층적으로 촘촘히 설계된 협력체계인데요,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아트와 테크놀로지 융합 분야에서 크게 기여한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신설 국제 예술상인 #LG구겐하임어워드 가 있습니다.(https://youtu.be/KmlYYOACSxo, https://lgartssponsorship.lg.co.kr) 예술도 고객 경험입니다. 이 파트너십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안에서 LG의 첨단기술이 새로운 표현과 경험의 가능성을 열도록 지원하면서 LG는 브랜드로서 보다 확장된 오디언스와 소통 하게 되고, 나아가 우리의 일에 영감을 주는 예술가들을 만나기도 할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브랜드의 오디언스는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우리 구성원들도 LG 브랜드의 중요한 오디언스라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브랜드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활동들이 구성원에게도 소속감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파트너십 기획의 일환으로, LG그룹 직원이라면 누구나 뉴욕, 베니스, 빌바오, 아부다비의 구겐하임 뮤지엄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뮤지엄 측과 협의했습니다. 어느 기업이든 예술과의 교류는 그 구성원의 심미적 지능(Aesthetic Intelligence) 향상에 장기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이 ‘충분히 좋은’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기능적인 유용성과 만족 이상의 감동과 감성, 매력,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제품/서비스와 오감 만족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심미 지능은 필수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미래에 바톤을 이어받아 LG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젊은 구성원들의 심미지능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지속적으로 창의성이 요구되는 상황에 한계나 어려움을 느끼시진 않나요? 

창의성 면에서 한계를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창의성이 요구되고 또 그만큼 발휘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 즐겁습니다. 어느 기업에나 다양한 의견 수렴의 과정이라든가, 조직, 예산, 관행 같은 것들이 존재하는데, 전략가들과 크리에이터들에겐 그런 것이 어렵다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런 컨텍스트들을 파악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 또한, 브랜드 관리의 이론을 넘어 실행을 리드하는 자리에서 필요한 전문성의 당연한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의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되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LG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브랜드인 만큼, ‘LG를 다시 보게 하는’것도 그만큼 어려운데요. '미래쏭', '시도쏭'이나 'LG-구겐하임파트너십'과 같은 LG브랜드가 하는 활동을 마주쳤을 때 고객이 "오, 다시봤어!"하며 반가워 하는 리액션을 보이는 순간들이야 말로 가장 보람됩니다. '미래쏭', '시도쏭' 영상에는 조회수 이상으로 고객들이 자진해서 남긴 댓글들이 많은데 어떤 댓글들을 남겼는지를 신경 써서 볼 만큼이요. 전 세계 고객이 반가워 할 LG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계속 기획하고 싶습니다.


Q.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브랜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브랜딩은 정체성에 대한 자기탐구에서 시작합니다. 이 한 마디로 학생들이 가끔 브랜딩과 혼동하는 마케팅과의 차이가 설명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마케팅은 시장 내에서 자사 제품과 타사 제품 간의 경쟁 구도 속에서의 상대적인 포지셔닝, 그리고 이에 따른 전략적 결정들로 이루어집니다. 반면, 브랜딩은 존재 자체에 대한 보다 독립적이고 장기적인 신념 체계를 세우고 그것이 오랫동안 유효한 개념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입니다. 어떤 뜻이 있어 이 기업이 존재하는가, 마켓은 세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겠지만 이 브랜드가 항상 말하고자 하는 변함없는 가치는 무엇인가. 브랜딩에 관련한 담론에서 정체성(identity)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런 의미의 연장선상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체성을 맘속에만 꼭꼭 숨겨두면 안 되겠지요? 기업 내의 믿음과 신념이 기업 밖의 사람들에게도 전달되게 하는 그 접점에서 브랜드는 ‘매개'의 기능을 합니다. 기업이 뜻하는 바와, 기업 밖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 간극을 꾸준히 좁혀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브랜딩(ing) 이라고 봅니다.


Q. 재학 시절 흥미롭게 들었던 전공, 교양 수업이나 동아리 등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산업디자인 전공 시 <소비자 트렌드 리서치> 수업에서 관찰력을, <인터랙션디자인> 수업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보다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태도를 배웠어요. 부전공인 미술사 때문에 동서양미술사, 건축사, 디자인사 수업들도 너무 즐겁게 들었는데, 특정 시대의 신념 체계들이 시각화·조형화 되는 예시들을 많이 보게 되었고, 어떤 것이 'timeless'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안목도 기를 수 있었습니다.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것이 아닌, ‘LG’라는 브랜드 그 자체가 가진 정신을 표현해야 하는, 어쩌면 너무나도 추상적인 이 숙제를 마주하는 지금도 그 수업들로부터 시작된 사고와 안목이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내키는 대로 여러 전공의 수업을 이것 저것 수강했습니다. 불어불문학 전공 수업, 패션전공 수업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지적 심미적 탐구 자체가 즐거워서 거기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그렇게 아무런 이해 관계 없이 다양한 학문을 맛보고 탐색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학문의 참맛을 재학 시에 최대한 즐기세요!


Q. 뉴욕의 소더비 인스티튜트(Sotheby’s Institute of Art) 석사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었나요?

소더비에는 미국미술, 아시아 미술, 아트비즈니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일반 대학의 미술사학 전공 강의들과 가장 다른 점은, ‘시장'의 원리와 이해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선도적인 취향이 있고, 그것이 트렌드의 꼭지점에서 시작되어 내려오며 퍼지고 대중화가 되며 저변이 넓어지고 시장을 형성하잖아요. 어떤 시대정신과 담론, 주제, 미학(aesthetic)이 그 꼭지점을 끌고 나가는지에 대한 사례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환경이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듯, 문화계도 그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내비게이트하는 방식들이 다르고, 네트워크도 따로 있어요. 소더비 석사를 거치며 그 업계의 언어도 습득하게 되었지요.

요즘은 상당히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문화와의 관계맺음(engage)을 통해 동시대성과 의외성을 확보하며 타겟 오디언스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일하며 꽤 이른 시점에, 그것도 엄청나게 큰 프로젝트로 브랜드와 아트의 콜라보레이션에 인볼브 했던 행운아입니다. 바로 2009년에 출시한 Windows7 브랜딩 프로젝트였는데요. 당시에 굉장히 핫했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와 협업해 Windows7의 시그니처인 네 개의 네모 모양 창문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 켜면 짠~ 나오는 그 이미지인데, 당시엔 애플의 점유율이 높지 않아서 전 세계의 PC 는 거의 다 Windows 였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본다는 생각이 신기했죠. (웃음)

소더비 이후 뉴욕에서 머문 10년간, 아트를 인게이지하고 싶어 했던 기업/브랜드들을 많이 도왔습니다. 블루문 비어의 20주년 스페셜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도 컨설팅 했고, Intel 로부터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예술적으로 시도해 보고 싶다며 연락을 받기도 하고요. 그 넓은 미국 땅에 마케터들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어쩌다 나에게까지 연락이 왔을까? 제가 관심 있던 분야를 솔직하게 따라가며 견문을 넓히다 보니 일어난 일들 같습니다. 글로벌 브랜드들을 컨설팅 했던 경력과 소더비 석사를 통한 지식이 LG구겐하임 글로벌 파트너십 설계에 자양분이 되었음은 당연하고요.


Q. 브랜드 매니징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이화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브랜드 개발과 관리의 기본기를 다지며 주요 프로젝트를 접했을 당시에 브랜딩 담론은 주로 대기업 브랜드 중심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지금은 작고 뾰족하고 민첩한 브랜드들의 활약상도 눈부십니다. 그래서 지금은 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스터디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진 것 같기도 해요.

큰 브랜드든 작은 브랜드든, 브랜드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언어와 논리, 인문학의 힘에 주목하세요. '브랜딩'하면 시각적인 비주얼 프레젠테이션이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자인이 브랜딩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브랜드 개발자의 생각이 시각화 된 후에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의 한 요소인 거예요. 디자인은 ‘Thinking made visual (생각이 시각화 된 것)’ 입니다. 언어 없이는 사고할 수 없고 사고가 인사이트화 되지 않는 만큼 언어적 능력과 앞서 강조한 관찰력 이라는 든든한 두 다리를 갖추고 꾸준히 실무를 접한다면, 동문님도 어느 새 통찰력 있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 이화투데이 리포터 14기 김윤주, 15기 최수빈